
연금저축이나 IRP는 55세가 되면 돈을 찾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55세만 넘으면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꺼내 써도 되는 줄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연금 제도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55세 이후에도 1년에 꺼낼 수 있는 금액에 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한도를 넘겨서 인출하면 연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세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연금 수령 한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계산하는지, 그리고 인출 전에 꼭 알아둘 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연금 수령 조건과 연금 수령 한도란
연금계좌에서 꺼낸 돈이 세법상 '연금수령'으로 인정받으려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 가입자가 55세 이상일 것
- 연금계좌 가입일부터 5년이 지났을 것(퇴직금이 이체된 계좌는 이 조건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 1년 동안 연금 수령 한도 이내에서 인출할 것
앞의 두 조건은 나이와 기간만 채우면 되지만, 세 번째 조건인 연금 수령 한도는 매년 새로 계산됩니다. 연금계좌에 쌓인 돈을 한꺼번에 빼지 말고 여러 해에 나눠서 받으라는 취지로 만든 장치입니다.
한도를 넘기면 세금이 달라집니다

연금 수령 한도를 넘겨서 꺼낸 금액은 '연금외수령'으로 분류됩니다. 이때 인출한 돈이 어떤 성격인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집니다.
- 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넣은 원금: 한도와 관계없이 세금이 없습니다.
-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과 운용수익: 연금소득세(3.3~5.5%) 대신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됩니다.
- 퇴직금에서 넘어온 돈: 연금으로 받을 때 주어지는 퇴직소득세 감면을 받지 못하고, 원래 퇴직소득세를 그대로 냅니다.
같은 돈을 꺼내더라도 한도 안이냐 밖이냐에 따라 세율이 3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차이 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연금 수령 한도 계산법
연금 수령 한도는 다음 식으로 계산합니다.
연금 수령 한도 = 연금계좌 평가액 ÷ (11 − 연금수령연차) × 120%
연금계좌 평가액은 언제 기준일까
연금 수령을 처음 시작하는 해에는 연금 개시를 신청한 날의 계좌 잔액이 기준입니다. 그다음 해부터는 매년 1월 1일 현재 계좌 잔액으로 한도를 다시 계산합니다.
연금수령연차는 어떻게 셀까
연금수령연차는 연금을 처음으로 받을 수 있게 된 날이 속한 해를 1년차로 보고, 그 뒤로 한 해씩 더해 가는 숫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실제로 돈을 꺼내기 시작한 해가 아니라, 55세와 5년 조건을 충족해 받을 수 있게 된 해가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연금수령연차가 11년차 이상이 되면 한도 계산식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때부터는 얼마를 꺼내든 연금수령으로 인정됩니다.
1억 원 계좌로 계산해 보면

계좌 평가액이 1억 원이라고 가정하고 연차별 한도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년차: 1억 원 ÷ 10 × 120% = 1,200만 원
- 3년차: 1억 원 ÷ 8 × 120% = 1,500만 원
- 5년차: 1억 원 ÷ 6 × 120% = 2,000만 원
- 10년차: 1억 원 ÷ 1 × 120% = 1억 2,000만 원
- 11년차 이상: 한도 적용 없음
1년차에 1,500만 원을 꺼냈다면 1,200만 원까지는 연금수령, 나머지 300만 원은 연금외수령으로 나뉩니다. 다만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이 먼저 인출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계좌 구성에 따라 실제 세금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늦게 시작하면 한도가 커집니다
연금수령연차는 실제 인출과 관계없이 해마다 쌓입니다. 예를 들어 55세에 조건을 채웠지만 60세에 처음 연금을 받기 시작한다면, 그해는 이미 6년차입니다. 이 경우 1억 원 계좌의 첫해 한도는 1억 원 ÷ 5 × 120% = 2,400만 원이 됩니다. 급하게 쓸 돈이 아니라면 조금 늦게 시작하는 것만으로 한도에 여유가 생깁니다.
2013년 3월 이전 가입자는 6년차부터
2013년 3월 1일 이전에 가입한 연금계좌는 연금수령연차를 1년차가 아니라 6년차부터 셉니다. 그래서 같은 1억 원 계좌라도 첫해 한도가 2,400만 원으로, 일반 계좌의 두 배가 됩니다. 오래전에 가입한 연금저축이 있다면 해지하지 말고 유지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55세 이후 연금 인출 전에 꼭 알아둘 것
연금 개시 신청을 먼저 해야 합니다
55세가 넘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연금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금융회사에 연금 개시를 신청하고, 받는 기간이나 금액, 주기를 정해야 합니다. 연금 수령 한도는 최대치일 뿐이라 그보다 적게 받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세율이 낮아집니다
한도 안에서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소득세가 부과되는데, 받는 나이에 따라 세율이 다릅니다. 70세 미만은 5.5%, 70세 이상 80세 미만은 4.4%, 80세 이상은 3.3%입니다(지방소득세 포함).
연 1,500만 원을 넘으면 과세 방식을 골라야 합니다
한도 안에서 받더라도, 연금저축과 IRP 등 사적연금에서 받은 연금이 1년에 1,500만 원을 넘으면 과세 방식이 달라집니다. 이때 퇴직금에서 넘어온 연금과 부득이한 사유로 인출한 금액은 1,500만 원 계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기준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과세를 받거나, 16.5%로 분리과세를 받는 것 중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뒤이어 따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퇴직금에서 넘어온 연금은 오래 받을수록 유리합니다
퇴직금을 IRP로 옮겨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감면받습니다. 2026년부터는 실제로 연금을 받은 연차에 따라 감면율이 10년차까지 30%, 11~20년차 40%, 21년차부터 50%로 단계가 늘어났습니다. 퇴직금이 있는 분이라면 길게 나눠 받을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의료비 등 부득이한 사유는 한도에서 빠집니다
본인이나 부양가족의 3개월 이상 요양, 천재지변, 파산 같은 법에서 정한 부득이한 사유로 인출한 금액은 연금 수령 한도를 계산할 때 인출액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유가 생겼다면 인출 전에 금융회사에 필요한 서류를 먼저 확인하세요.
연금 수령 한도는 한 번에 많이 꺼내면 세금 혜택을 줄이겠다는 기준선입니다. 계산식만 알아 두면 1년에 얼마까지 세금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지 미리 가늠할 수 있습니다. 55세 이후 연금을 받을 계획이라면 내 계좌 평가액과 연금수령연차부터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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