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발 구역 안의 빌라를 사면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같은 구역, 같은 동네에서도 어떤 집은 입주권이 나오고 어떤 집은 현금만 받고 나가야 합니다. 그 갈림길이 권리산정기준일입니다.
저도 이 제도를 확인해보다 보니, 매수하는 사람이 가장 크게 손해를 보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후보지로 선정될 줄 모르고 신축 빌라를 샀다가 현금청산 대상이 된 사례가 여러 건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권리산정기준일이 무엇인지, 현금청산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계약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권리산정기준일이 무엇인가

분양받을 권리를 가르는 날짜
권리산정기준일은 새 주택을 분양받을 권리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시점입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가 있고, 이 날짜 다음 날부터는 지분을 늘리는 행위를 해도 분양받을 권리가 새로 생기지 않습니다.
막으려는 행위는 분명합니다. 토지를 여러 필지로 쪼개는 것, 단독주택을 다세대로 전환하는 것, 하나의 대지에 여러 건축물을 짓는 것, 공유지분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이른바 지분 쪼개기를 차단하는 장치입니다.
신속통합기획은 날짜가 앞당겨져 있습니다
일반적인 정비사업에서는 정비구역 지정과 관련된 시점이 기준일이 됩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에서 투기 유입을 막겠다며 기준일을 후보지 공모 시점까지 앞당겼습니다. 구역이 정해지기도 전의 날짜가 기준이 되는 셈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내가 산 빌라가 나중에 후보지로 선정될지 미리 알 수 없는데, 선정되고 나면 이미 지나간 기준일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선정 소식을 듣기 전에 매수한 사람도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실제로 토지와 단독주택을 사서 구청에서 합법적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던 중에 후보지로 선정돼 청산 대상이 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 일부 구역에서 기준일 조정 신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다만 조정이 이뤄지면 분양 대상자가 늘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기존 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갈등도 함께 생겼습니다. 조정을 기대하고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현금청산이 무슨 뜻인가

시세가 아니라 감정평가액입니다
현금청산은 새 아파트를 받지 못하고 돈으로 보상받고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받는 금액은 내가 산 가격도 아니고 주변 시세도 아닙니다. 감정평가를 거친 금액입니다.
재개발 구역의 오래된 빌라는 감정평가액이 매수 가격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축 빌라를 분양가 수준으로 주고 샀다면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입주권을 기대하고 비싸게 샀는데 평가액은 그보다 낮다면 그 차액이 그대로 손실이 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기준일 이전에 지어진 물건이라면 같은 구역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오래된 빌라가 신축 빌라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일이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건물의 상태가 아니라 분양 자격이 가격을 만드는 셈입니다.
받는 시점도 한참 뒤입니다
현금청산 대상이라고 해서 바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보상 협의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에 시작됩니다. 사업시행자는 인가 고시 다음 날부터 90일 이내에 협의를 진행하고, 협의가 안 되면 그 기간이 끝난 다음 날부터 60일 안에 수용재결을 신청하거나 매도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사업의 거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후보지 단계에서 보면 몇 년 뒤의 일입니다. 그동안 그 집에서 살거나 세를 놓을 수는 있지만, 자금이 묶이는 기간이 길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계약 전에 확인할 것
기준일과 건물의 나이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그 구역의 권리산정기준일이 언제인지, 그리고 내가 사려는 건물이 그 기준일보다 앞선 것인지입니다.
신축 공동주택이라면 기준일 다음 날까지 사용승인을 받았는지가 중요합니다. 건축물대장의 사용승인일과 등기부등본의 소유권보존등기일을 확인하면 됩니다. 매도인이 말로 설명하는 내용만 믿지 말고 서류로 직접 보셔야 합니다.
구역별 기준일은 관할 구청의 정비사업 담당 부서나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 공개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자치구 안에서도 구역마다 날짜가 다를 수 있으니 반드시 해당 구역 기준으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토지만 소유한 경우에는 또 다른 기준이 적용됩니다. 면적 요건을 충족해야 분양 대상이 되는데 구역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어, 토지 거래라면 더욱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물건의 종류도 봐야 합니다
기준일만 통과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하나의 부동산을 여러 명이 공유하고 있는 경우, 한 사람만 조합원으로 인정되는 구조라 매수인이 조합원 자격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 구역 안에 여러 채를 가지고 있다가 나눠 파는 경우도 분양 자격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무허가 건축물이나 등기되지 않은 건물도 따로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런 물건은 조합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일반적인 설명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특약과 전문가 확인
계약서에 안전장치를 넣는 것도 방법입니다. 분양 자격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한다는 취지의 특약을 넣어두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특약의 효력은 문구에 따라 달라지므로 작성 단계에서 전문가의 확인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금액이 큰 거래이고 한 번 잘못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중개사 설명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정비사업을 다루는 변호사나 세무사 상담을 거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의 내용도 일반적인 설명이므로 개별 물건의 분양 자격은 반드시 직접 확인하셔야 합니다.
마무리
권리산정기준일은 같은 구역 안에서 입주권을 받을 사람과 현금청산 대상자를 가르는 날짜입니다. 신속통합기획은 기준일이 후보지 공모 시점까지 앞당겨져 있어, 선정 사실을 모르고 산 경우에도 청산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현금청산은 시세가 아닌 감정평가액으로 보상되고 지급 시점도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라 한참 뒤입니다. 구역의 기준일, 건물의 사용승인일과 보존등기일, 물건의 소유 형태를 서류로 확인하고 계약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글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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